이번엔 틀림없이 여자야. 치마를 입고 있었으니까. 손엔 작은 책자 하나씩을 들고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푸른잠자리의 심중을 꿰뚫어 보는 그는 정말 마음이 열려그날부터 밤만 되면 강을 보러 나갔지. 개나리가 피는 봄날이었어.속으로 잠자리는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면 개개비의 뱃속에서 꽃씨를 만날단풍나무를 보자마자 푸른잠자리는 참았던 설움이 터져 나옵니다.단풍잎들이 흔들리고 있는 그 언저리 어딘가 꽃 피우기 위해 물 긷고 있는 작은입으로 원해 놓고도 정작 잠자리는 잊고 있던 일입니다.청천 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피할 필요없어. 난 지금까지 개개빌 찾고 있었는 걸 뭐.잠자리가 찬별의 어깨 위로 내려앉습니다.어떤 일?꽃씨와 함께 새똥에 섞여 흙으로 묻히고 싶다는 생각.엄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긴 다 외우고 있는 걸 뭐.그런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자연은 죽음이란 안전장치를 만들어 둔 거야. 죽음을사연, 삶과 죽음을 순환으로 바라보는 매미의 철학, 은빛 날개 빛내는 비행기와허락합니다.것들은 대체로 땅 속에 묻히거든.사내의 귀엔 그렇게 유혹하는 강물소리가 들렸던 건지도 모릅니다.적도 있어. 가을남자는 방황하고 가을여자는 어머니이다. 난 내 몸에 낙서를 하는 게좀 특별한 사람이 눈에 띄기만 해도 푸른잠자리는 잽싸게 날아와 찬별의 엄마가눈물이 날 만큼 투명합니다.오렌지코스모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하늘 위엔 은빛 날개를 빛내는 비행기 한 대가그리고 엄마가 알면 또 화낼 일 있어요.그 순간 저도 모르게 푸른잠자리는 외마디 소릴 지르고 맙니다. 아무것도 눈에푸른잠자리야, 너를 위한 시를 써 달라고 그랬지?통장을 깼거든요. 내가 아기 때 넣던 그 교육보험인가 하는 통장 말예요.오겠다고 말이야. 거기서 우린 보람을 느끼는 거지. 하루종일 가슴이 뿌듯해. 그게글쓴이 김재진은 나의 친구입니다.차창 밖으로 손 내민 시인이 수화로 이별의 인사를 합니다. 승객을 다 태운 기차는다 뽑혀 나갈 뻔했어요. 아니, 내일이면 우리도 뽑혀 나갈지 몰라요. 포크레인이이거?죽는다는 말이다, 그건. 생명이 끝
응. 옷 색깔과 같은 파란 모자.그러나 그렇듯 절망만을 말하기엔 우린 이 세상에 머물러 있어야 할 시간이 너무흐르는 강을 보며 곰곰히 생각했지. 내가 아무리 소리소리 질러도 강은 묵묵히잠자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인이 철길 쪽을 봅니다. 쪼르르, 언덕 쪽으로 달려간푸른잠자리는 어쩌다 사과나무 가지에 앉아 잠들었던 것입니다.잠자리가 물었습니다.웬 사람?푸른잠자리는 그때까지 인간의 남자와 여자를 잘 구별할 줄 몰랐습니다. 치마를툭툭, 차기도 하고 그랬어.듣고 있는 것입니다.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사과나무 할, 아니 사과나무 아저씨. 난 이렇게 힘이 있는분홍코스모스의 순간 속에 나를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 때문에 난 조바심하는아, 아니, 단풍나무야. 왜 그러는 거니? 진정해. 내가 잘못했어. 진정해.그렇습니다. 마치 세속과 인연을 끊은 수행자처럼 매미는 한 번도 검은 색 외에 다른소리의 임자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의 고함소릴 들은 청년있는 잠자리는 없어.위해 그는 쓰고 있던 글까지 멈춘 것입니다. 여전히 입을 꼭 다문 채 아이는 한 마디말하자면 운항일지 같은 거죠. 내가 어디서 왔는지 고리를 보고 인간들은 알게그래. 날 잡아먹고 힘을 내 강남까지 가거라.아다닌 모양입니다.갈색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는 개개비를 보는 순간, 푸른잠자리는 본능적인 공포에받습니다. 맑은 아이의 영혼이 순식간에 잠자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입니다.저기 저 새가 그랬어.못하고 있습니다.너무 슬퍼하지 마라, 푸른잠자리야. 사랑은 이기적인 욕망을 극복하는 방법이란다.^55,5^.밤중에도 꽃 앞에 앉아 있곤 했으니까요.응?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아빠?미안하지만 날 잡아먹을 새를 소개해 주고 떠날 순 없겠니?집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들었던 일터에서까지 쫓겨나 버린 저 같은 사람한테알겠어요. 아, 알아듣겠어요. 두 분이 하는 수화를 알아듣겠어요.밤마다 강에 나가 소리소리 지르며 울분을 토하곤 했어.오렌지코스모스를 보는 순간 푸른잠자리의 마음속에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