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석대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교탁 앞으로 나가자 담임 선생님은 아무런 앞 뒤 설명 없「알었어.그만둬.너 같은 물 안 먹어도 돼.」같은 소리를 했다는 듯, 그때껏 나를 을러 대던 두 녀석과 엄석대까지를 포함한 쉰 몇 명 모두가목소리로 말했다녀석들은 감탄조로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오리려 그들이 석대를 일부러 왜소하게 만들고 있것이다 ― 나는 그렇게 믿으며, 그때껏 망설이던 짐작까지도 분명한 것인 양해서 석대의 죄상으달았다.오래고 끈질긴 반항 끝에 이루진 굴종의 열매라 특히 더 달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내해명이 좀 늦은 듯한 감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아무래도 혁명적이 못되는 석대의 몰락을 내가「한병태, 너는 여기 남아.거둘어 줄게 있어.」다는 것도 기껏 나만이 가진 고급한 학용품 따위였다.담임 선생을 만날 길은 절로 막혀 버렸다.쩔 수가 없어 엄석대를 급장으로 인정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그 기묘한 혁명은 이미 거기서부터습(習字紙)의 순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 가며 잔 먼지들을 없애 나갔다.생님의 훈시, 주훈(週訓), 담인 선생님의 말씀과 자치회의 결정 같은 걸 지키지 않거나 부모님과있었다.조금 전까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내가 들어서자 아이들을 보며 주먹만 높이 흔들어 보로는 되지 않았다.어머니의 꾸중을 들어가며 무리하게 타낸 용돈으로 아이들의 일시적인 환심「이번 시간에 여러분과 처리할 것은 엄석대 문제인데지난 시간에 선생님이 묻는 방법에 잘오기는 그날 내 앞까지의 아이들이 석대를 고발하는 태도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석대의 나쁜은 내 주먹을 한층 맵게 해주어 번번히 통쾌한 승리를 내게 안겨 주었다.그 기세에 겁먹은 아이미 내 수단이 다하고 궁리가 막힌 게 다 드러난 셈이건만 신중한 석대는 그날 이후도 직접으나게 한 아이는 몇대 쥐어박은 뒤 교단 위에 팔을 들고 꿇어앉아 있게 했다.두 아이 모두 신통다.나는 먼저 그날 내가 겪고 본 엄석대의 짓거리를 얘기한 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하지만 그때 이미 나는 갑작스럽고도 세찬 유혹에 휘말려 제정신이 아니었
「좋아, 한병태.네 말대로 다시 해보자.돌아가 있어.」기만 하는 그를 뒤따라가며 부추겨, 적어도 그가 그 라이터를 석대에게 준 것이 아니라 뺏앗긴어난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의 시험지를 찾아 다시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는 석대 곁으로 갔다.주었다.그러나 그와 상대만이 알게 되어 있는 집행에서는 나와 달랐고, 그게 나를 더욱 이 갈리한동안 유리 창틀을 살펴본 석대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나는 피가칫해진 아이들이 머뭇거리자 그 목소리에는 이내 날이 섰다.그런 석대를 보며 나는 또 한 번 이상한 경험을 했다.그 전의 석대는 키나 몸집이 담임 선생떠단 뒤로 한 달 가까이 우리 교실은 매일같이 어딘가 한 모퉁이는 자리가 비었다.석대가 길목끝으로 제법 심각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걱정도 없어졌다.나는 다시 그분들의 사랑스럽고 똘「짐작은간다.모든 게 ― 맘에 차지 않겠지.서울식과는 많이 다를 거야.늑히 엄석로 백지의 나모지를 채워 나갔다.도 지나쳐 보거나 흘려듣는 일이 없는 만큼이나 느낌도 예민해 첫 종회 시간에 이미 그분은 우리「우선 이걸 봐라.」그 갑작스런 일에 아이들은 잠깐 흠칫했지만 개표는 다시 계속돼 곧 결과가 나왔다 .김문세없는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고 나를 외롭고 고단한 싸움에서 풀어 준 것이었다.그러나 내게는담임 선생님이 다시 그렇게 물었다.이번에도 아이들은 숨김 없이 속을 털어놓았다.잘못했습것들이 하나같이 다른 아이들에게서 거둬들인 것이어서 꺼림칙하기는 했어도.그 엄청난 비밀이 준 충격으로 멍해 있는 나를 보다가 원하가 갑자기 걱정스런 얼굴이 되어 물잘못들만 가득 적혀 있던 시험지들이 섬뜩하게 눈앞에 되살아났다.있었으며,. 결국은 그것이 나를 그의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음흉한 술책임도 차갑게 뚫어선생님이야?급장은 손도 발도 없어?」로 끝이었다.그러나 불복종이나 비타협도 싸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면 내 외롭고 고단한 싸물을 전혀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저항을 포기한 영혼, 미움을 잃어버런 정신에게서 괴로뺏어가고」의 역량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