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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휘갈겨 쓴 메모를 보고 영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덧글 0 | 조회 107 | 2021-04-20 16:41:20
서동연  
대충 휘갈겨 쓴 메모를 보고 영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사랑한다고 쓴 그 말이 다시 한 번 그녀의 가슴을 속박하게 될지도 모른다. 훗날 재회의 기약 또한 그녀의 전생(全生)을 송두리째 묶어버릴 애증의 끈이 될지도. 괜한 말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영은은 그가 미련없이 도망갈 수 있도록 일부러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를 비켜주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미 예상을 했으면서도 김 형사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일도 맥이 빠져 멍 하니 서 있다가 공기가 너무 탁한 것 같아 창문을 열려고 창가로 갔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젖히는데 무언가가 뒤꼍으로 재빠르게 숨는 것이 보였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창으로 뛰어내려 뒤꼍으로 달려갔다. 김 형사도 그를 뒤쫓아 뛰어왔다.[헛소리마라. 미행이 없는 게 확인되고, 내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때에 적당한 곳에 내려주겠다. 그쪽에서 약속을 지킨다면 굳이 나도 인질을 해칠 생각은 없다.]정말 나는 책벌레가 된 듯, 책속의 글자 한자한자까지 갉아먹을 듯이 눈빛을 번뜩였었지. 너는 결국 한 달인가를 버티다가 군에 지원하고 말았지만준희의 언니를 만나기 위해 동사무소에서 동사무소로 수소문해 다니며, 지금이라도 포기한다면 그만이라고 그 자신에게 모질게 언질을 주었지만, 결국 현일은 준희의 언니를 만나고야 말았다. 혹시 그를 피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준희의 언니는 담담하게 그를 맞아 주었다.[내가 무얼 느꼈는지 알아? 운동에 대한 회의? 천만에! 내가 요 며칠동안 미치도록 운동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면 위선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사실이야. 그렇게라도 버티고 견뎌 나가야 하는 우리의 운동에 눈물겨운 연민을 느껴. 또 동지를 사지(死地)로 몰아 가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우리의 신념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어.]또한 그녀를 다시 돌려준다면 열심히 사랑하고 위로하여 건전한 사회인의 한 사람이 되도록 돕겠다는 끝말로 그의 진술을 마치자, 다소 묘한 호기심을 갖고 방청을 하던 방청석에
[알았다. 잠시 후에 다시 통화하자.]자신이 창살 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될 줄은 한 번도 생각해 못한 장혁기였다. 그런 모습의 자신을 그려 보는 것은 오직 영화를 통해서 였다. 공기를 한껏 들이킨 고무풍선같은 감상적인 허영과 낭만이라는 너울을 쓴 대리만족이라는 심리적인 도취, 그런 코마 상태에서의 극단적인 감정이입에 빠져들어서야 한 번쯤 느끼게 되는 일종의 유희였다.이제 여러분께 다른 한 가지의 길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머리위에 무한히 넓은 하늘이 있는 것도 쳐다볼 사이 없이 좁은 땅만 쳐다보며 살아오신 여러분께 우선 하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그럼 난 오빠가 내 종교겠네. 난 오빠만 믿고 따르잖아?][당신, 공무집행 방해할 거야! 어서 열어.]지금도 준오는 그 눈덮인 산사에서 불면과 고통의 밤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겠지. 어떤 경우에도 책을 놓지 않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엉망으로 뒤엉킨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며 밤길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지.[예전에 살던 움막은 헐리고 터만 남아 있대요. 개울은 말라버려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울창하던 나무들도 많이 베어지고 없었어요. 하지만 전 볼 수 있었죠. 오래된 슬라이드 필름처럼 당시의 모습이 한 장면 한 장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거에요. 정신 없이 화구를 펼쳐 놓고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손이 얼어붙는 줄도 모르고 환상속에서 옛날을 찾아냈던 거죠. 스케치를 다 끝내고 몸을 움직이려는데 발이 땅에서 안 떨어지더라구요. 알고 보니 신발바닥이 땅에 얼어붙어 버렸지 뭐에요.]날래고 똑똑한 아이들만 추렸다. 그렇게 50명을 선발해 그와 나인창은 험한 서울 원정길에 올랐다. 무미건조한 일상생활에 지친 아이들의 눈빛은 새로운 호기심에 반짝거렸고, 마치 소풍가는 아이들마냥 들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우의 마음은 첫 항해에 나서는 선원처럼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다.절 문을 밀고 들어가니. 낯익은 동자승이 마당을 쓸다가 상우를 보고 합장을 하며 목례를 건네왔다. 상우도 정중히 목례를 하고 맨 모퉁이에 있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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